2017. 12. 11.

절제의 미학

대학교때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는 채플의 기억.

자리지정은 매 시간마다 달라지는데
운나쁘게도 졸 수가 없는! 거의 맨앞자리인 경우가 가끔씩 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진정 R석이 되는 때도 있다.

그날은 특별공연으로 발레를 볼 수 있었던 날.

몸치인 나에게 신체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일체의 무대는 별로 흥미롭지 않은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절제된 동작과 그 것을 제어하는 근육의 긴장감과 떨림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식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적잖은 감동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이것은 또한 R석의 효과도 작용한 것이겠지만,,,)

발레는 현대무용과 비교되어 기형적인 동작제한과 이에 따른 부자연스러움의 측면에서 비평을 받는다는 말을 스치듯 듣기도 했지만,

그때 내가 엿본 발레의 측면은 제약 안에서의 정돈된 미학과 그 근간을 이루는 절제의 힘이었던 것 같다.



뿐만아니라 이러한 공통적인 느낌을

최근에 건축사시험덕에 시작하게 된 글씨연습이나,
악기연주에서도 느낀다.

이상적인 형태에 근접하게 되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가면,
무언가 묘한 습관적인 터치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관성적이 되는 순간
그 글씨는 정보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시각적 매개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필체가 되고 알 수 없는 양식이 되고 고집이 되며, 근거없는 자신감이 되기도 한다.
그 '때'가 왔다고 생각되면 다시 글씨체의 교본을 꺼내들고 한자한자 따라쓰기를 한다.

손가락들이 제각각의 자리에 익숙해지고 프로의 연주에서 선명하게 들리던 그 멜로디가
나에게서도 들리기 시작하면, 그 하나의 곡을 빠르게 마치고 싶은 욕심에
손의 근육들은 제멋대로 날뛰고, 비슷한 분위기에'만' 취하여 피아니스트라도 된 마냥 자만하게 된다.
그 '때' 메트로놈을 켜놓은듯 그리고 한템포 낮추어 천천히 치려고 하면 손가락들이 일순간 순한 양이 된다.


본질을 구성하는 힘과 그 것을 내비치는 잔잔한 파도와 같은 움직임
나는 그런 절제가 좋다.

문제는 계산 밖의 날뛰는 녀석들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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