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12.

감사, 잡설

'무기력+귀차니즘'레이어에 '제3자의시선'레이어가 겹쳐진 생활을 한지 꽤나 지났다.

돈을 벌어다 주는 업무들이 하기싫고 버겁고 귀찮게 여겨졌는데,
'제3자의시선'레이어 덕분인지, 그냥 이 상황을 암말안하고 받아들여보자 하는 심정으로 며칠며칠 보내왔다.

혹자는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아서 생각없이 몸을 움직이는 일들을 며칠동안 많이 했다. 
자주 씻고(;;), 방 곳곳의 묵은 먼지를 닦아 내고, 묵은 짐들을 솎아내어 9층에서 1층까지 몇번을 왔다갔다하며 분리수거하여 버릴건 버리고,
대충 끼니를 때우지 않고 (이건 더워서 입맛이 없어져가는 것 같아서이기도 - 이를 다이어트의 기회로 삼진 못한다 왜냐 난 입맛이 없어도 무엇이든 먹는 편이니까) 될수있으면 더욱 맛있는 것을 직접 만들어 먹고, 시간이 있으면 제빵&제과도 해서 디저트도 쟁여 놓고,
오늘은 몇달동안 팽개쳐놨던 기타와 피아노도 두세곡 연주하고 (신기하게 거의 까먹지 않는다, 특히 피아노곡은 더더욱),

건축설계도 하고,
(단순)회계업무도 하고,
AI랑 바이브코딩도 시도해보고,
책도 읽고,
악기연주도 하고,
영어회화,일본어회화도 익히고,
요리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스킬들이 많아져 갈수록 이것들을 잊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컨트롤해야한다는 압박에 마음이 짓눌리듯 무거웠는데,

최근 며칠동안 그렇게 설렁설렁 몸을 움직이면서
초보자의 마음으로 한두개 툭툭 건들이듯이 어떤 행위를 하니,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진심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떨땐 방안에, 집안에 그득그득 심지어 꾸역꾸역 쌓여있는 짐들이
그냥 냅다 다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꼴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쌓여있는 덕분에 
그것들을 이용해서 요리조리 들어 옮겨 재정렬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 아닐까 하는 지점에 이르고 나니, 
새삼 '이미 거기 존재하고 있던, 그리고 과거의 나가 들여놓았던' 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아무것도 없는 초미니멀리스트의 삶이 현재진행형이었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정말 극단적인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뭐 그렇단 얘기, 그렇다고 미니멀리스트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댓글 없음:

댓글 쓰기